공지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8: 직업이라는 착각>

컨템플레이티브
2025-09-08
조회수 129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8: 직업이라는 착각>

_작가 모집 신청 (마감)








+ 주제에 대하여










#여덟 번째 주제_직업이라는 착각 

: 오늘도 나는 '나'를 지운 채 출근한다.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인생에서 단 하루도 노동하지 않아도 된다.]


이 문장을 처음 본 건 출근 준비를 하다 스크롤하던 인스타였다.

양치컵을 들고 있다가 피식 웃음이 터진다.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곧 머릿속의 문장을 덮어버린다.


물기가 덜 마른 머리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닳아 없어진 닫힘 버튼을 연신 누른다.

오피스텔 출입구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가득 찬 지하철, 마침 내 앞에서 빈자리가 났다.

오늘은 좀 다르려나 잠시 기대했지만, 흔들리는 차창에 비친 건 어제와 똑같은 표정, 고로 비슷할 하루의 예감.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헛소리라 치부했는데 자꾸 떠오르는 문장이다. 왜일까. 한참 생각하다 울린 벨소리에 휴대폰을 본다.

진동으로 돌려놓는 걸 깜빡해 혹시 주위에 피해를 줬을까 둘러본다.

고개 숙인 채 조는 맞은편 사람, 정치 뉴스를 보는 옆자리 사람, 그리고 창에 비친 업무 메신저를 확인하는 나.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곧 빗줄기가 창밖을 스친다. 흘러간 문장이 다시 되돌아온다.

즐거운 게 뭘까. 출근길 빈자리를 얻는 소소한 행운 같은 걸까.


내릴 역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무심히 흩어지고, 나 역시 그 흐름에 섞여 사무실로 향한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하게 묵직한 기운이 스며든다. 뭔가 중요한 걸 계속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회의. 보고서를 넘기는 상사, 피곤한 눈으로 커피를 마시는 동료들. 안정된 직장, 괜찮은 삶.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했고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날 부모님의 표정을 떠올리면, 그건 분명 즐거움이었을 테지.


그런데 나한텐 언제였을까? 내가 진짜 즐거워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니, 그런 게 지금 중요하기나 한 걸까?


입시지옥을 버텨내며 이십대 초반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취업하면 더 행복해질 줄 알았다.

더 나은 삶, 더 빛날 내일이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정말 나는 빛나고 있는가?

이 건물의 현판과 사원증만이 빛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나의 빛은 어디로 갔는가. 빛을 바랐던 내 마음은 어디에 두고 온 걸까.



토요일.


답답한 마음에 식사나 할까 해서 연락한 친구가 컨퍼런스에 간다기에 따라왔다.

끝나고 밥이나 함께하려고. 중앙 무대에선 발표가 한창이고, 각 부스는 분주했다.


두리번거리던 중 무대 위 연사의 말이 귀에 꽂혔다.


“직업은 생존의 수단이 아닙니다. 직업은 고유성을 드러내는 무대입니다.

고유성을 모른 채 택한 직업은 결국 노동에 불과합니다.”


그 순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고유성? 무대? 노동? 단어 하나하나가 낯설게 다가왔다.


연사는 말을 이어갔다.


“고유성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여러분만의 특성, 열정, 성격, 이런 본질적인 것들이 곧 고유성을 구성하죠.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과 생각을 돌아볼 때 우리는 비로소 그걸 인지하게 됩니다.

그중에서 즐거움과 정체성, 비전이 직업의 기반이 될 때, 일은 단순한 생계를 넘어 의미를 갖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마음이 잠깐 멈춘 듯했다. 마치 오래된 자물쇠가 조금씩 돌아가는 느낌.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다시 그 문장이 떠오른다. 지난 수요일, 잠시 내 이성을 붙잡았던 그것.

나의 즐거움, 나다움, 내 빛에서 비롯된 내 즐거움이 일이 될 수 있다면—그건 곧 내 고유성이 일이 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허황된 말 같았는데, 이제는 내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내가 지금껏 붙잡고 있던 건, 생계를 위한 노동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전공을 살린 것도 아니고, 되는 대로 이력서를 내 합격한 회사 중 가장 이름난 곳을 골랐다.

사회적 시선과 피땀 어린 노력 덕에 나름의 자부심을 가졌지만, 그 자부심에 익숙해진 순간부터 생각은 멈췄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라는 합리화 속에서.


그러나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일, 그걸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나.

내가 진짜 즐거워하는 일은 무엇인가. 혹시 나는, 한 번도 그걸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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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떠한가.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직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고유성이 담긴 직업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 삶 전체를 빛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스스로에게 묻기조차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즐거움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 세상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이 아닌, 당신만의 세상

—당신의 일상과 삶 속에서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이 아닐까.


그 물음에 답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모두의 나다움이 직업이 되어

다채로운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매거진 컨템플레이티브의 여덟 번째 주제는 ‘직업이라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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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컨템플레이티브 8: 직업이라는 착각> 

작가 신청 모집(마감)


그동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받았던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작가 신청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앞서 보신 이번 호 ‘직업이라는 착각’의 ‘주제에 대하여’를 읽고 떠오른 생각을 글로 나누고 싶은 분들은 부담 없이 신청해 주세요.


특별히 작가로 선정되신 분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8: 직업이라는 착각>과

컨템플레이티브의 질문카드 [안녕! 저는 당신의 고유성이에요!]를 선물로 드리니, 작은 즐거움도 함께 가져 가시길 바랍니다 :)


신청 기간:     ~ 2025년 9월 20일

신청 방법:     네이버 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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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당신의 것을 온전히 사유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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