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컨템플레이터, 사유하는
김재환 요리사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5: 이상한 사람들>
🎙️Interview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의 비전을 현실화하자면, 동시대를 사는 ‘컨템플레이터=사유하는 사람’들을 직, 간접적으로 연결하고자 함도 포함입니다. 자신의 것을 자신의 인생에 가득 담아 두고, 매 순간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겉치레 없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외교에 보탬이 되고 있는 요리사’ 김재환 님과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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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계신 곳까지의 궤적을 먼저 알고 싶어요.
A: 안녕하세요.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한식으로 외교에 보탬이 되고 있는 요리사 김재환입니다.
지금 하는 일을 우선 설명드리자면,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대사님이 귀빈분들이나 외국 대사님들을 초청하셔서 식탁 외교를 하실 때, 오찬 및 만찬 등의 행사를 여는 요리사입니다.
특성화고인 한국외식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처음으로 요리를 배우게 됐어요. 졸업 후엔 바로 취업했습니다.
그 이후 해군으로 입대해 파병을 갔을 때 아랍에미리트에서 만찬 행사를 열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우리나라 대사님께서 배에서 내리실 때 제게 명함을 건네주시더라고요. 전역하면 자신의 관저 요리사로 오라고 하시면서요. 사실 그전까지는 관저 요리사가 있는 직업인지도 몰랐고, 딱히 관심도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프랑스 요리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전역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을 가버렸죠.
그곳에서 지내며, 각지에서 온 쉐프들에게 왜 이곳에 와서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냐 물어보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는 자신이 먹고 자란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그들의 마인드는 제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 당시에 찌개 같은 것도 끓일 줄 모르고, 밥이나 반찬 같은 것도 못 했거든요. 오로지 프렌치에만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아 나는 한국 사람인데, 한식을 할 줄 모른다니 너무 창피하다.’라는 마음이 생긴 전, 1년 정도 더 프랑스어를 배우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귀국했어요.
귀국을 한 후엔 한식 레스토랑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한식 배움에 힘썼어요. 그렇게 지내다 전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 중에 관저 요리사 생각이 나 지원해 보게 되었어요.
그때 지원한 곳 중에 미국 시애틀이랑 스위스가 됐는데, 시애틀로 가게 되었죠.
그렇게 2년 정도 지났을 때 문득, 나 자신이 정체되어 있으며, 현재 도태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전 한국행을 택했어요.
그때의 시간은 치열했어요. 높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했죠. 그렇게 2년을 지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다 지친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지친 상태가 되니, 약간 도망치듯이 뉴욕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마침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관저 요리사 자리가 나 지원했고, 그렇게 지금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비록 처음엔 단순히 뉴욕에 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보람도,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이곳에서 관저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Q: 본인이 '이상한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저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들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자신의 것들을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주위를 좀 더 넓게 살펴보니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보단, 현실에 타협하며 안정적인 것들을 추구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물론 다름이 무조건 더 낫다는 건 아니에요. 보편적이지 않은, 그러니까 본 매거진이 이번 이슈에 정의한 ‘이상한’ 길로 간다고 해서 무조건 잘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살만한 길을 나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 ‘어느 정도 살만한 삶’을 추구하지 않고, 항상 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목적지까지 가는 그 여정 동안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또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주위를 좀 더 넓게 살펴 보고 난 후엔, 제가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많이 느끼긴 해요.
Q: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에 대해
A: 음... 그분들도 하고 싶은 것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일에 대한 확실한 동기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약간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도 있는 것 같고요. 뭐, 두려움도 있을 수 있죠. 좀 복합적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각자 바라는 것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일단 타고난 성격 자체가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뭔가 똑같이 따라 하면 성에 안 차서 그런지 계속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남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먼저 이루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누구나 사는 그런 평범한 삶은 재미없는 것 같고, 반복되는 삶도 좋아하지 않아서, 거주지도 최대 2년으로 계속 옮겨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다음 것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Q: 비전, 혹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뚜렷한 비전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찾아가다 보니 좁혀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정의 내릴 순 없을 것 같아요.
어릴 적 꿈이 계속 바뀌듯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그러다 갑자기 확 좁혀질 때도 있다 보니 아직 확립하기엔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계속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하나로 좁혀나가는 노력을 하는 중이죠.
Q: 과거 본인과 같은 시점에 계신 분들께 한 말씀
A: 누군가는 안정적인 보통의 삶, 그러니까 편안하게 사는 삶을 추구할 거예요. 만약 그 삶이 행복하다면 그 삶이 타인보다 덜 노력한 삶은 아닐 테니 이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던 중 순간순간 주어진 환경이나 타인의 영향 때문에 그 길이 맞다고 느껴 현실에 타협해 살아간다고 느껴질 때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것보단, 그 보통의 삶 안에서라도 나의 것이 무엇인지,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보길 원해요.
그 생각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닌, 평범하고 잔잔한 삶 속에서 한다면, 더 이상 삶이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더욱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것을 찾아가고, 궁극적인 나의 삶을 잃지 않으며, 짙은 날들이 굴곡진 삶을 즐기는, 우리가 모두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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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으론 2024년 3월 21일 오후 12시, 계신 곳의 시간으론 2024년 3월 20일 오후 11시, 따듯한 바람이 살짝씩 불어오는 어느 날, ‘한식으로 외교에 보탬이 되고 있는 요리사’ 김재환 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김재환 요리사의 더 많은 이야기는 <월간 컨템플레이티브 5: 이상한 사람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유자초 고등어회와 부추쌈장, 옥수수퓨레